변산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우리나라 특산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1993년 선병윤 교수 등이 변산반도에서 채집하여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식물로 발표하면서 변산바람꽃이라는 이름을 얻고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변산반도뿐 아니라 남부지방, 제주도, 설악산의 동해 쪽 계곡, 토함산 등에도 자라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다들 바닷바람을 맞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주로 숲 속 낙엽수림 아래 습기가 좀 있는 곳에 자랍니다.
줄기는 높이가 10~30cm로 작은 편입니다. 뿌리잎은 둥그스름한 오각형이며 3갈래로 깊이 깃꼴 모양으로 갈라집니다.
꽃은 2~3월에 줄기 끝에 1개씩 핍니다. 꽃은 지름이 2~3cm이고 흰색이며 분홍빛이 조금 돌기도 합니다. 꽃을 받치고 있는 포잎은 여러 개가 돌려나며 가늘게 갈라집니다.
꽃은 대개가 꽃잎, 꽃받침, 암술, 수술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대부분 꽃잎이 가장 화려합니다. 하지만 변산바람꽃은 다릅니다. 꽃의 가장자리에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잎이며 5~7장입니다. 꽃잎은 꽃받침 안쪽에, 수술들에 섞여 솟아 있습니다. 깔때기 모양이고 노란빛 도는 녹색이어서 수술과 구분되며 4~11개입니다.
변산바람꽃은 복수초와 함께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소식을 전합니다. 변산바람꽃이 피기 시작하면 곧바로 노루귀가 피고 이어 홀아비바람꽃, 꿩의바람꽃, 현호색 등이 피어납니다.
이른봄에 꽃을 피우는 풀들은 다들 키가 작고 가냘픕니다. 이 가녀린 것들이 어떻게 언 땅을 뚫고 올라와 쌀쌀하기만 한 숲 속에서 꽃을 피우는가 싶지만 이것은 그들 나름의 생존 전략이라고 합니다. 즉 키가 큰 나무들이 잎을 내기 전 먼저 싹을 틔우면 햇볕을 마음껏 차지할 수 있고, 햇볕을 차지하면 볕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높이 자랄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키를 키우는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오로지 꽃을 피우는데 에너지를 쏟아 빨리 꽃을 피우고 결실까지 끝내버립니다. 그 다음 느긋하게 잎을 내고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어 뿌리에 저장하기도 합니다. 복수초와 같이 성미가 급한 풀꽃은 여름이 오기도 전에 한 해 일을 다 마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하지요.
치열한 경쟁을 피해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살아가는 봄꽃들의 지혜와 부지런함이 놀랍지 않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