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개불알풀은 현삼과의 두해살이풀로 유럽 또는 서아시아 원산의 귀화식물입니다. 주로 남부 지방의 길가, 빈터, 밭둑 등에 자라지만 차츰 중부 지방으로 퍼져가고 있습니다.
줄기는 10~30cm 높이로 비스듬히 자라고 가지가 갈라지며 부드러운 털이 있습니다. 잎은 줄기 아래쪽에서는 마주나지만 위쪽에서는 어긋나며, 달걀 모양의 세모꼴로 가장자리에 3~5개의 둔한 톱니가 있습니다.
3~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자루에 지름 7~10mm의 작은 하늘색 꽃이 1개씩 달립니다. 꽃부리는 4갈래로 갈라지는데 안쪽에는 짙은 색깔의 줄무늬가 있으며 아래쪽의 것이 조금 작습니다. 수술은 2개, 암술은 1개입니다.
큰개불알풀은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로 옮겨 줄 벌이나 다른 곤충이 없을 때 수술이 시들어 꼬부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암술에 기대 스스로 꽃가루받이를 합니다. 그래서 일단 꽃이 피고 나면 거의 다 열매를 맺습니다. 이처럼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에 큰개불알풀은 우리나라에 와서도 쉽게 자리를 잡고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큰개불알풀은 두해살이풀입니다. 그런데 1년생과 겨울을 난 2년생의 모습이 좀 다릅니다. 봄에 새로 싹이 나서 자란 것은 잎이 엷은 녹색이고 겨울을 난 것은 잎과 줄기가 붉은빛을 띱니다. 그리고 잎이 작고 두꺼우며 줄기 수도 많습니다.
큰개불알풀과 비슷한 종으로 개불알풀, 선개불알풀 등이 있는데 모두 귀화식물입니다. 개불알풀은 잎과 꽃이 큰개불알풀에 비해 작고 꽃이 연한 분홍색입니다. 그리고 선개불알풀은 줄기가 보통 곧추서며 큰개불알풀에 비해 꽃이 훨씬 작고 꽃자루가 매우 짧습니다.
이름으로 보아 개불알풀이 먼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큰개불알풀과 선개불알풀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있는 반면 개불알풀은 큰개불알풀만큼 널리 퍼지지 않아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열매 모양이 개의 음낭과 닮았다고 하여 개불알풀이라는 좀 망측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일본어 이름 역시 우리와 같습니다. 따라서 개불알풀이라는 이름은 일본어 이름을 우리말로 그대로 번역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은 기쁜 소식을 알려주는 까치처럼 봄소식을 전해주는 꽃이라는 뜻으로 봄까치꽃이라는 고운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까치가 놀러나온 / 잔디밭 옆에서
가만히 나를 부르는 / 봄까치꽃
하도 작아서 / 눈에 먼저 띄는 꽃
어디 숨어 있었니? / 언제 피었니?
반가워서 큰소리로 / 내가 말을 건네면
어떻게 대답할까 / 부끄러워
하늘색 얼굴이 / 더 얇아지는 꽃
잊었던 네 이름을 찾아 / 내가 기뻤던 봄
노래처럼 다시 불러보는 / 너, 봄까치꽃
잊혀져도 변함없이 / 제자리를 지키며
나도 너처럼 / 그렇게 살면 좋겠네
-이해인. '봄까치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