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쑥갓은 국화과의 한두해살이풀로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입니다. 1910년대에 들어와 지금은 우리나라 전역에 퍼져 있으며 길가나 공터 등에 흔하게 자랍니다.
줄기는 붉은 자줏빛을 띠고 10~40cm 높이로 곧게 서거나 비스듬히 자라며 가지가 갈라집니다. 잎은 어긋나며, 불규칙하게 깃꼴로 갈라지고 갈래에는 고르지 않은 톱니가 있습니다. 아래쪽의 잎은 잎자루가 있지만 위쪽의 잎은 잎자루가 없으며 밑쪽이 약간 줄기를 감쌉니다.
꽃은 줄기와 가지 끝에 여러 개가 모여 달리는데 노란색이며 국화과의 특징대로 작은 꽃들이 모여 하나의 꽃송이를 이루는 머리모양꽃(頭狀花)입니다. 입니다. 즉 대롱 모양으로 생기고 끝이 조금 갈라진 여러 개의 통꽃(冠狀花)이 모여 하나의 꽃송이를 이룹니다. 국화나 민들레의 꽃을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국화나 민들레의 경우 가운데에는 통꽃들이, 가장자리에는 혀 모양의 혀꽃들이 모여 하나의 꽃송이를 이루지만 개쑥갓의 경우에는 통꽃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른봄부터 늦가을까지 내내 꽃이 핍니다. 그러나 한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것들이 많습니다. 민들레처럼, 씨가 여물면 솜털이 나와 구슬처럼 벌어져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퍼집니다.
잎이 쑥갓과 닮았지만 꽃의 아름다움이나 쓰임새에 있어 쑥갓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개'라는 접두어를 붙여 개쑥갓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들쑥갓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길가 담장 곁에 개쑥갓 하나가 외롭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담장이 겨울의 찬바람을 조금 막아주었지만 정오쯤 되어야 햇빛이 들기 시작하는 곳이어서 겨울을 나기에 좋은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개쑥갓은 겨울 내내 초록빛을 잃지 않았을 뿐 아니라 쉬지 않고 꽃을 피웠습니다.
며칠 전 허리를 굽혀 개쑥갓을 살펴보고 있는데 지나가시던 연세가 지긋한 할아버지께서 뭘 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개쑥갓 이야기를 해드렸더니 "일사 후퇴 때 월남한 실향민들 같구만"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 옆집 할머니께서 뭘 심으려는 것인지 흙을 골라 깨끗하게 정리해 놓으셨고 겨우내 꽃을 피우던 개쑥갓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