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과 찬양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은 그리스도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우리는 매일 미사를 통해 성체를 받아 모시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의 축복의 의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오늘 1독서를 통해 하느님의 축복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오늘 1독서는 창세기 14장 18절부터 20절의 짧은 구절입니다. 멜키체덱이 아브람을 축복하는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세기 14장 전체를 묵상해야 합니다. 아브람이 자신의 조카 롯이 적들에게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자신의 사병으로 조카를 구합니다. 이어서 살렘 임금 멜키체덱이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와 아브람을 ‘축복’합니다. 그리고 “하늘과 땅을 지으신 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아브람은 복을 받으리라. 적들을 그대 손에 넘겨주신 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는 찬미 받으소서.”라고 축복과 찬양의 기도를 바칩니다.
이 기도는 사제인 멜키체덱이 자신의 손으로 떡과 포도주를 봉헌하고 아브람에게 자기 하느님의 ‘복’을 빌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멜키체덱이 빌어 주는 ‘복’은 ‘장엄한 축복’입니다. “아브람은 복을 받으리라”(19절)는 말은, 하늘 높은 곳에 계신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복’을 주신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와 달리 “하느님께서는 찬미 받으소서”(20절)라는 말은, 인간이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 곧, 인간이 하느님을 향해 아래에서 위로 나아가는 움직임을 가리킵니다. 하느님은 ‘복’을 주시고, 인간이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은 항상 함께하는 일입니다. 하느님의 ‘복’만 받고 하느님을 ‘찬양’하지 않는 것은 배은망덕한 행위입니다. 시편 110장 4절에는 “너는 멜키체덱과 같이 영원한 사제로다.”라고 멜키체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약 성경에서 멜키체덱은 메시아의 예형으로 여겨집니다.(히브리서 7장) 이 말씀은 메시아의 사제직을 언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편 사제직을 수행하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요구되는 ‘찬양’의 행위입니다. ‘복’을 주시는 하느님께 ‘찬양’드리는 행위는 당연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드시고 하늘을 우러러 그것들을 ‘축복’하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면서 군중에게 나누어 주게 하셨다.”(루가 9,16)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멜키체덱의 원형이신 예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하느님의 ‘축복’임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으며, ‘하늘을 우러러 그것을 축복하신’ 것은 하느님의 ‘축복’에 대한 ‘찬양’의 행위임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곳에서 주시는 하느님의 ‘축복’ 그리고 하느님을 향해 아래에서 위로 나아가는 ‘찬양’의 예배는 창조된 모든 피조물이 당연히 해야만 하는 거룩한 행위입니다. 하느님의 ‘축복’과 인간의 ‘찬양’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하여 모두 먹고 배가 불렀다. 그리고 그들에게 남아있는 조각들을 모았더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다.”(17절)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그 누구도 물질의 ‘축복’을 ‘찬양’으로 하느님께 응답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2독서에서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전하면서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으심을 전하기 때문입니다.”(11,26)라고 말합니다. 이 ‘빵’과 ‘잔’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의 음식으로 주시며, 인간에게 ‘축복’으로 주셨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음식들이 하느님에 의해 ‘축복’되었고 인간에게 주어졌다면, 마지막으로 당신의 거룩하신 아들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은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완전한 ‘축복’의 행위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완전한 하느님의 ‘축복’앞에서 ‘찬양’으로 응답해야만 합니다.
영양 본당 최장원 라우렌시오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