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시는 하느님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은 연중 제10주일입니다.
우리는 지난 주일을 성체 성혈 대축일로 지내며, 하느님의 축복에 감사드렸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은 하느님의 가장 큰 축복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살리시는 생명의 양식입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1독서(1열왕 17,17-24)를 통해서 ‘살리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독서에 등장하는 엘리야는 ‘길르앗에 사는 티스베 사람’으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홀연히 나타나서 불같은 열정으로 살다가 불마차를 타고 홀연히 하늘로 올라간 사람입니다. 그의 하느님에 대한 열정은 홀로 이세벨과 아합을 비롯한 바알 숭배자들과 싸우게 만들었습니다. 엘리야는 하느님과 바알이 절대로 양립할 수 없음을, 따라서 하느님 신앙과 바알 숭배의 혼합주의를 결코 용납할 수 없고 허용할 수 없음을 선언하였습니다. 이러한 열정의 이유는 단 한가지 입니다. 그것은 세상의 물질과 욕망이 결코 인간을 살릴 수 없음을, 하느님을 떠나서는 결코 인간의 존엄성(생명)은 유지될 수 없음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1독서에 나오는 기적이야기는 죽음과 삶이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엘리야 자신이 하느님의 생명력을 전달하는 도구가 되어 과부의 죽은 아들을 되살립니다. 엘리야는 당시의 치유 예식에 따라 자기 몸을 아이의 주검 위에 세 번 포갠 다음 주님께 “주 저의 하느님, 이 아이 안으로 목숨이 돌아오게 해 주십시오.”(17,21)하고 간청하자 주님께서 그 기도를 들으시어 목숨이 그 아이 안으로 돌아오게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생명보다 세상의 생명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참 생명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릅니다. 참 생명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는 곳에는 차별과 고통과 부패, 죽음과 우상숭배만이 있을 뿐입니다. 자기 아들을 죽게 하였다고 엘리야를 비난하던 과부는 자신의 아들이 살아나자 “이제야 저는 어르신께서 하느님의 사람이시며, 어르신의 입으로 전하는 주님의 말씀이 참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17,24)라고 고백합니다. 하느님의 ‘살리시는 구원 의지’는 어떠한 세력도, 심지어 바알 숭배를 통한 이스라엘의 반역조차도 꺾을 수 없습니다. 창조주 하느님의 ‘살리시는 생명 사업’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중단 없이 계속됩니다. “내 아버지께서 언제나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요한 5,17)
구약성서에 나오는 ‘과부의 외아들을 살리는’ 기적 이야기는 오늘 복음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나인’이라는 동네에 갔을 때 죽음과 직면합니다. 죽은 사람이 ‘외아들’이고 그 어머니는 ‘과부’였습니다. ‘과부’라는 표현은 그 어머니의 처지가 대단히 딱하게 되었다는 것과 큰 슬픔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그 과부를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에게 울지 마시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이제 곧 하시게 될 일이 ‘주님’으로서, ‘하느님’으로서 하시는 일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오늘 1독서와 달리 과부의 아들을 ‘살리시는 행위’는 순전히 그 과부를 가엾게 여기셨기 때문이고, 중개자 없이 이루어지는 행위입니다. 열왕기에 나오는 엘리야는 죽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하느님께 많은 기도를 해야만 했지만 예수님은 당신 자신의 명령만으로 죽음 사람을 살려내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2천 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우리 자신을 살리는 것은 물질에서 나오고, 부(富)에서 나오고, 국가의 강력한 힘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과부의 외아들을 살리는’ 기적 이야기에서 전하는 진정한 힘은 ‘살리시는 하느님의 힘’에 있음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하느님이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살고 계십니다. 바오로 사도는 2독서에서 “내가 당신의 아드님을 다른 민족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그분을 내 안에 계시해 주셨습니다.”(16절)라고 합니다. 바로 그분이 ‘살리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영양 본당 최장원 라우렌시오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