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예수님을 만납시다.
찬미 예수님!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난 한 주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 복음에는 자캐오라는 사람이 나옵니다. 그 사람은 요즈음으로 말하면 세무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성으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우두머리였습니다. 그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제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백성으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사람들을 매국노라고 하면서 죄인처럼 취급하였습니다. 백성으로부터 거두어들인 세금의 일부를 로마인들에게도 바쳤기 때문입니다. 자캐오는 마음은 괴로웠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그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자캐오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예수라는 분이 자기 마을을 지나가신다는 겁니다. 예수라는 분이 누구이신가? 사람들이 들려주는 말은 여러 가지였습니다. 그분은 기적을 행한다고 했습니다. 귀머거리를 듣게 하고 앉은뱅이를 일어서게 하며 앞 못 보는 장님을 보게 하고 절름발이를 걷게 하며 중풍병자들도 고쳐주고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빵을 많게 하여 배불리 먹이고 나환자들도 깨끗하게 고쳐주며 심지어는 죽은 이도 살려준다고 했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죄인들을 용서해주며 어렵게 살아가고 고생하는 사람들은 따뜻하게 맞아들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모세의 율법을 잘 알고 해석하는 율사들과 법을 잘 지키며 신심이 깊다는 바리사이들의 잘못된 가르침과 신심을 책망하고, 사람들에게 하늘나라의 진리를 올바로 가르친다고 했습니다. 너무나 권위가 있는 분이라 사람들은 모두 그분을 위대한 예언자로 떠받들 뿐 아니라 이스라엘을 로마의 식민지에서 구할 메시아로 여긴다는 겁니다.
자캐오는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그분을 꼭 만나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 분이라면 일부러 찾아가서라도 만나봐야겠는데 마침 우리 마을을 지나가신다니 꼭 만나봐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이분만은 만나봐야겠다고 다짐을 한 겁니다.
그분이 오신다는 소문이 나더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자캐오도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사람들이 그분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자캐오는 그분을 보려고 하였으나 키가 작아서 그분을 도저히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만나서 대화라도 나누면서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는데 사람들 때문에 자기의 결심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 했습니다. “나는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어떻게 한다?” 이런 궁리를 하는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예수님이 가시는 방향으로 먼저 뛰어가 나무 위에 올라가서는 지나가실 예수님을 보기로 한 겁니다. 조금 있으니 사람들에 둘러싸인 예수님이 지나가십니다. 나무 위에 앉아서 지나가시는 그분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예수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나무 위를 바라보셨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자캐오를 부르십니다. “자캐오야, 나무에서 내려오너라. 내가 오늘 네 집에 머물겠노라.” 자캐오는 자기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렇게 만나 뵙고 싶었던 그분이 자기의 이름을 부르면서 내려오라고 하시고 더구나 자기 집에 머무시겠다고 하시니 이게 꿈인가 생신가 하고 너무나 기뻐 나무에서 빨리 내려와 자기 집으로 예수님을 모셨습니다. 그리고 큰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이렇게 귀하신 분이 오셨으니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 큰 잔치를 벌인 것입니다. 잔치가 무르익자 자캐오는 예수님께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예수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의 것을 횡령했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루카 19,8) 매국노라는 누명을 쓰고 있던 그가 예수님을 만나서 그 동안 답답했던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말한 솔직한 고백이자 회개였습니다. 진정으로 예수님을 만나면 이런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은 주님이시고 구원자이십니다. 그분을 만나뵙기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캐오처럼 그분을 만나 뵐 수 있습니다. 기도를 하면서, 성당 감실 앞에서 성체조배를 하면서, 미사를 봉헌하면서, 성경을 읽고 쓰면서, 더 나아가서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함으로써 우리는 얼마든지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캐오처럼 예수님을 만나보고자 하는 열성과 실천이 중요합니다. 이런 열성과 실천할 수 있는 힘과 용기와 지혜를 주시도록 간절히 기도합시다.
상주 가르멜 전달수 안토니오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