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강론

            가정을 거룩하게!!!

성가정 축일은 「가정을 거룩하게 만들자!」는 축일입니다. 거룩하다는 말은 한자어로 ‘성(聖)스럽다’인데, 한자로 ‘거룩할 성(聖)’자를 뜯어보면 임금(王)님의 귀(耳)와 입(口)을 상징합니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이 있듯이 당나귀 귀만큼 큰 귀로 듣고 품위 있게 말하면 거룩하게 된다는 뜻이 아닐까요? 가정도 거룩하게 되려면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임금님 대하듯 귀담아 듣고 품위 있게 말하면 거룩해 질 것입니다. 가정이 거룩하게 되는 비결은 말하고 듣는 데에 달렸다는 깊은 뜻이 담긴 한자어라고 저는 제 나름대로 풀이하고 싶습니다.

가정을 이루는 기본요소가 셋인데, 곧 아버지, 어머니, 자녀입니다.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자녀가 있어야 하고,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없이 태어나는 자녀 또한 없으니, 이 셋 중 어느 한 쪽이라도 없으면 가정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가정이 이루어질 때에 셋 중에 누가 먼저입니까? 아버지가 먼저입니까? 어머니가 먼저입니까? 아니면 자녀가 먼저입니까? 하느님 모습 따라 창조된 사람은 하느님처럼 선후가 없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먼저 계신 분도 없으시고 후에 계신 분도 없으시듯이 아버지와 어머니와 자녀도 동시입니다. 태아가 잉태되는 순간 남자는 아버지가 되고, 여자는 어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기 계신 부모님들은 자녀들보다 먼저라는 선입견이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으셔야 합니다. 삼위일체 신비 안에 성부 성자 성령님의 지위가 높고 낮음이 없으시듯이, 가정 안에서도 부모와 자녀의 높고 낮음이 없어야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 갑니다. 하느님 모습 따라 창조된 사람은 가정을 이룸으로써 삼위일체 하느님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성가정을 이루는 비결이 하느님의 삼위일체 신비 안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 비결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로 선착순 논리에 익숙한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대할 때 부모가 먼저라는 생각을 버리면 자녀들이 귀여움으로 다가 올 것입니다. 둘째로 힘의 논리에 익숙한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비록 미성숙해 보이지만 언젠가는 우리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하느님이 주신 그분의 자녀임을 깨닫게 되면 자녀들이 짐이 아니라 떠오르는 샛별처럼 큰 희망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창세기는 사람이 성가정을 이루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하느님께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고, 그러므로 남자는 부모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창세 2,24) 는 것입니다. 서로 다르게 창조 하셨지만, 둘이 결합하면 「한 몸이 된다」니 얼마나 감동적입니까? 서로 다른 사람이 「한 몸이 된다」는 것을 상상해 보십시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입니까? 한 몸이라면 늘 붙어 있다는 것 아닙니까? 한 몸이라면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는 것 아닙니까? 한 몸이라면 나의 기쁨이 배우자의 기쁨이 되는 것 아닙니까? 한 몸이라면 나의 슬픔이 배우자의 슬픔이 되는 것 아닙니까? 배우자의 등이 가려우면 가려운 곳을 내가 안다는 것 아닙니까? 둘이 아니라 한 몸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을 하면 할수록 더욱 거룩한 가정으로 변모될 것입니다.

태초에 하느님은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서로 다르게 창조하셨습니다. 남자가 사람이라면 여자도 사람입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지만 똑 같은 사람입니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별해야 합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틀렸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남자와 여자는 신체적인 구조뿐 아니라 뇌의 구조까지 서로 다릅니다. 남자는 지성을 통제하는 좌뇌가 평균적으로 더 크고, 여자는 감성을 통제하는 우뇌가 더 큽니다. 뇌 구조가 서로 다르지만 틀린 것이 아니고 생각하는 방향이 서로 다를 뿐입니다. 따라서 둘이 한 몸이 되고 나면, 남자는 더 발달된 여자의 우뇌와 ‘한 몸’이 됨으로써 정서적인 방면에 눈을 뜨게 되어 아버지로서 자녀를 향한 자비심을 발휘합니다. 여자도 남자의 좌뇌와 ‘한 몸’이 됨으로써 지성적인 방면에 눈을 뜨게 되어 어머니로서 자녀를 위해 옳은 일이라 판단되면 모성애라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이 때 발휘되는 힘은 남성적인 힘과 여성적인 힘의 합보다 더 큰 초인적인 힘이 되기도 합니다.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이 되어, 부모로 거듭나면 시너지 효과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남자와 여자는 지성과 정서에 균형을 지닌 성숙한 부모로 성장합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지만 둘이 하나가 되고 나면 부모로 새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부모가 되어 본 사람들을 두고 성숙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성부 하느님을 닮아가는 아버지와 성령 하느님을 닮아가는 어머니와 성자 하느님을 닮아가는 자녀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일치해서 살아간다면 삼위일체 신비가 그 가정에서 드러납니다. 그런 가정은 하느님께서 함께하는 가정이며 하느님의 축복을 받고 또 받게 될 것입니다.

의성본당 조종율 베르나르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