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헌의 기쁨
주님을 잉태하신 성모님께서는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친척 엘리사벳의 집을 방문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은총으로 세례자 요한을 태속에 가지신 엘리사벳이지만, 불안하고 제대로 순산할지 걱정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의 방문으로 엘리사벳의 태속에 있던 세례자 요한은 주님을 알아 뵙고 기뻐했습니다. 그제서야 주님의 현존을 깨달은 엘리사벳은 기뻐했습니다. 주님 현존의 체험은 기쁨이었습니다. 세상에 오신 주님의 부모님은 그 당시 법인 율법에 따라, 기쁘게 하느님께 주님을 봉헌하러 성전에 갔습니다. 성령 충만으로 주님을 기다리던 예언자 시몬과 안나는 주님을 뵙고 덩실덩실 춤추며 기뻐 찬양 했습니다.세상에 오신 주님께서 부모님에 의해 성전에 봉헌되심으로, 세상과 인간 모두에게 기쁨의 삶이 되었음을 오늘 복음을 통해 더욱 느낍니다.
우리의 삶은 기쁨입니다. 주님이 우리 안에 현존하시고 ,우리를 통해 섭리하십니다.
우리 안에 주님의 현존을 느낄 때 기쁨이 샘처럼 솟아납니다. 사도 바오로께서는 뒤늦게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고, 만나는 모든 이에게 기쁨을 이야기 했습니다. 주님은 ‘우리들이 기쁘게 살기를 원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사도 바오로께서는 어떤 처지에서든 기쁘게 살았습니다. 우리가 어떤 처지에 있든지 기쁘게 사는 것은 주님의 은총이고 사랑입니다. 우리에 대한 주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고 영원하십니다. 주님의 삶속에서 분명히 드러났으며, 주님의 사랑의 극치는 십자가의 사랑에서 절정을 보여 주었습니다.
겁 없이 첫 사목을 어려운 시골 농촌본당에서 시작한 일들은 은총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주님의 현존을 믿고 철부지 사목을 했던 일들은 기쁨이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 주님의 역사하심과 체험을 강인하게 느껴 행복했었습니다. 세상의 빠른 변화로 인해 무너져가는 광산 현장에서 주님의 강인한 역사하심을 느끼며 신명나게 살았던 일들은 기쁨이었습니다. 또한 농촌 현장에서도 보일 듯이 보일 듯이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농민들과 아픔을 함께 했던 일들 또한 은총이고 기쁨이었습니다. 교구 모든 사제들과 신자들이 농민들과 함께 투쟁하며, 고통과 아픔의 애환을 나누었던 일들도 기쁨이었습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여러 가지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사는 이들이 있어 기쁨입니다.
이국땅에서 삶을 사는 이들 안에 함께 애한을 나누는 삶을 사는 이들,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혹이 많은 미국에서 그들의 애한을 함께 나누었던 일들이 또한 기쁨 이었습니다. 사랑하는 한국에서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오늘을 살고 있음에 기쁩니다.
주님 봉헌의 기쁨은 오늘 우리들에게도 기쁨을 샘솟게 합니다. 우리는 이웃을 위해 조건 없이 사랑을 베풀 때, 그 순간 주님을 위한 삶이 되어 기쁨이 솟아납니다. 크고 작은 희생 없이 이웃 사랑은 불가능하며, 이웃 사랑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빛이 됩니다. 이웃 사랑은 하느님께 각자의 삶이 봉헌되는 기쁨의 삶입니다. 우리가 사는 삶의 현장에서 힘들지만, 주님이 함께 하시기에 이웃사랑이 가능하며 기쁘게 살게 됩니다. 주님 봉헌 축일에서 주님은 더욱 실감나게 우리를 기쁨으로 초대하시고, 각자의 처지에서 매 순간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기쁨의 삶이 되게 하십니다.
여러 곳곳에서 각자의 처지에서 주님께 봉헌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주님의 기쁨을 멋지게 사는 이들 있어서, 사제의 삶이 기쁘고 신이 나기도 했습니다. 주님은 보잘 것 없는 우리들의 삶이 기쁨이 되게, 오늘도 우리를 위해 함께 봉헌 하십니다.
북면본당 정희욱 대건 안드레아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