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첫마음을 주님께
봄의 따스한 기운이 대지 위에 감돌고 있습니다. 나뭇가지들과 땅 속의 씨앗들이 봄의 기운 속에 새 생명의 기지개를 펴며 파릇파릇 새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섭리하심 속에 일어나는 자연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신비롭습니다. 우리들 양식의 새싹을 틔우기 위한 농부들의 논과 밭을 향한 발걸음도 빨라집니다.
오늘 주님 말씀은 우리 마음 안에 영원한 생명을 향한 삶을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24)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3)
늘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에 대한 관심과 걱정 속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님 말씀은 오늘 우리들 마음과 삶의 첫 자리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해 줍니다. 그러면서 오늘 복음 말씀 그대로 하느님을 첫 자리에 모시고 사신 분을 기억하게 해 줍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십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새 교황님께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이름을 지으심으로 말미암아 요즈음 우리 교회 안에서 그 분의 삶과 영성이 새로이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에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부유한 옷감 상인의 아들로 세상의 맛에 빠져 살았던 성인께서 어느 날 말을 타고 가다가 나환우와 마주쳤습니다. 그는 인생 삶의 깊은 생각에 몰두해 있어서 자기 앞에 불현듯 나타난 나환우의 종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 불쌍한 사람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고 악취가 풍겼습니다. 절단된 팔에 간신히 조금 남겨진 손으로 동냥을 구하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자비심과 동정심이 마음속 깊이 요동침과 더불어 역겨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말을 돌려서 전속력으로 도망가고 싶었으나 갑자기 그의 마음 안에서 한 불빛이 그의 나약함을 비춰 주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말에서 내려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동전 몇 닢을 던져 주다가 자기도 모르게 어떤 신비로운 자석에 끌린 듯 무릎을 꿇고 나환우의 그 손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깊은 행복을 느꼈습니다.
프란치스코에게 이 만남은 삶의 대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 만남을 통해 그는 가족과 사회의 가치관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나환우에게 입을 맞춤으로써 죽음과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렸을 뿐 아니라 지위, 안전, 세속적 성공에 뿌리를 둔 자신의 정체성을 놓아버린 것입니다. 그 후 프란치스코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었습니다. 이제 프란치스코는 작고 가난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스도를 자신 안에 모시자 그리스도처럼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모든 것은 내어주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이제 주님처럼 모든 것을 당신 품에 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까지 저는 지상의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제 아버지로 부르겠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주님을 첫 자리에 모시게 되었고, 주님만이 그의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먼저 찾으니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 라는 참 행복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들의 일상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주님을 삶의 모든 것이요, 삶의 첫 자리에 모시는 삶이란 하루를 시작하면서 먼저 주님을 바라보고, 먼저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 기도 안에서 그 뜻을 헤아리며 사는 삶입니다. 문경의 순교자 박상근 마티아와 깊은 우정을 나누셨던 깔레 강 신부님의 하루의 첫 마음을 먼저 주님께 드리라는 가르침의 삶도 우리 마음에 주님을 첫 자리에 모시는 삶의 표징이 될 것입니다.
“아침에 깨었을 때에는 누워서라도 먼저 네 가지 일을 할지니, 하나는 성호를 그어 몸과 행실을 축성하고, 둘은 예수․마리아․요셉을 불러 입과 말을 축성하고, 셋은 영혼 육신과 오늘 할 일을 다 천주께 드리나이다 하면 낮에 생각하지 못하더라도 공로가 될 것이요, 넷은 나쁜 습관을 오늘 정개(定改)하기를 정지(定志)할 지어다…. 옷을 입을 때에는 ‘주님, 제 육신을 이 같이 호위하고 보존하여 주시니, 제 영혼도 이같이 호위 보전 하소서’ 하고, 또 세수할 때에는, ‘주님, 제 얼굴을 깨끗하게 하시니, 제 영혼도 이같이 깨끗하게 하소서’ 하고 기도하라….”
휴천동 본당 안상기 미카엘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