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는 방법
목마름은 인간의 본성적 욕구에서 오는 하나의 현상입니다. 인간은 스스로의 생명을 유지하지 위해 육체적인 목마름을 해소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과 달리 육체적 목마름뿐만 아니라 영적인 목마름도 느낍니다. 또한 가끔은 그 둘을 느끼기도 합니다. 마치 오늘 복음에 나오는 야곱의 우물가에서 만난 이름 없는 여인의 경우처럼 말입니다.
사마리아의 여인은 자신의 육체적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매일 야곱의 우물에 물을 길으러 옵니다. 그러나 그 여인의 삶은 단순히 육체적 목마름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면 깊숙이 영적인 목마름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채울 수 없는 내적 목마름은 스스로를 한 남자에서 다른 남자로 내모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 발견합니다. 여태껏 많은 남자를 만났지만 그 어느 누구도 여인의 내적인 목마름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지요.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님을 만났을 때, 그 여인은 이미 여섯 번째 남자와 살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여인은 여전히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요한 4,17)라고 말하는 것을 통해 그 여인은 일곱 번째 남자를 찾는 중임을 암시합니다.
성경해석에서의 숫자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가집니다. 성경에서 숫자 ‘6’이 상징하는 것은 불완전함 혹은 결핍을 의미하지요. 결국 사마리아 여인은 여섯 번이나 결혼하였지만 그녀의 삶은 내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결핍과 불완전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게 됩니다. 어쩌면 모든 것이 풍부한 현대의 삶을 살아가지만 여전히 내적으로 자신을 시원하게 채워줄 무언가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반면 성경에서 숫자 ‘7’은 완전함 혹은 충분한 성취의 의미를 가집니다. 사마리아 여인에게 예수님은 일곱 번째로 다가온 남자였습니다. 영혼이 희망하는 만족을 체험하게 하시는 분, 영적 목마름을 채워주는 예수님에게 여인은 마음을 엽니다. 이 모습이 바로 사순절에 우리가 체험하고자 희망하는 것이 아닐까요?
사순절을 보내는 우리는 다시 한 번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살기를 희망하며 극기와 희생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삶의 새로운 변화 곧 ‘회심’의 마음을 하느님께 청합니다. 삶의 변화를 원하는 우리들에게 오늘 복음은 중요한 길잡이가 됩니다.
첫 번째, 우리에게는 고착화된 삶의 틀을 벗어날 준비가 필요합니다. 인간의 사회는 국가, 민족, 종교, 성 등의 조직적인 틀을 통해 만들어 집니다. 그러나 그러한 구조적인 틀에만 집착할 때 그것은 서로간의 경계와 선입견으로 사람을 묶어 소통할 수 없게 만듭니다. 회심의 삶이란 곧 사람을 배척하는 경계와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남을 의미합니다. 그러한 삶의 선택은 정확히 여인에게 한 예수님의 행동을 통해 드러납니다.
예수님 시대의 유대 전통은 사마리아 사람들과의 만남과 접촉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사마리아 여인이 외칩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요한 4,9) 두 번째, 예수님께서는 사람을 갈라놓는 민족적, 종교적 선입견에 도전합니다. 심지어 예수님께서는 잘못된 도덕적 선입견에도 도전하십니다. 전통에 따라 남성과 여성에게 공적 장소에서의 대화가 금기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음서들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긴 대화를 예수님은 여인과 나눕니다. 그 모습은 제자들마저도 의구심이 들게 합니다. “바로 그때에 제자들이 돌아와 예수님께서 여자와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아무도 "무엇을 찾고 계십니까?", 또는 "저 여자와 무슨 이야기를 하십니까?" 하고 묻지 않았다.”(요한 4,27)
만약 예수님께서도 당시의 규정된 편견에 따라 행동하셨다면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은 외면상 혹은 형식상의 만남에 그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을 비난하거나 협박 혹은 위협하지 않으심으로 구원을 가져다주십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사람을 만나는 방법을 분명하게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그것은 바로 초대(7절), 도전(10절), 확신을 주심(17절), 의심을 버리고 마음을 열도록 기다림(24, 26절)입니다.
선교의 해를 맞이한 우리도 이웃들이 의심을 버리고 마음을 열도록 그들에게 다가가는 선교를 시작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분명한 선교의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이제 예수님의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갈라놓은 편견을 버리고 그들에게 다가가도록 합시다.
후포 본당 임준기 다미아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