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은 멋진 풍경이 보입니다.”
지난달 서울을 다녀오는 길에 잠시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 세계 어디에 가도 뒤처지지 않는 시설에 놀라웠습니다만 장애인 주차구역에 있는 일반 차량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호객행위를 하는 상점, 전국의 비슷한 음식과 비슷한 복장의 직원들을 보면서 소수보다는 다수를, 다양성 보다는 획일화를 지향하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블라인드 스팟(Blind Spot·맹점)’은 자동차 사이드미러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 수많은 자동차 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이는 자동차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고 인간이 사물이나 세계를 인식하는 데도 무수히 많이 있다고 합니다. 가령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파도 소리를 듣지 못하고, 향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향수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성경 말씀처럼 타인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은 보면서도 정작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와 국가에도 존재합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을 진보주의자니 보수주의자니 하는 이름으로 간단하게 분류합니다. 개인의 정체성을 집단의 정체성으로 대체하려는 이런 태도는 한 사람의 개별성을 보지 못하는 맹점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보편적 생각을 의심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무지에 대한 불감증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공통점 중심으로만 바라보면 다양성을 지닌 개별 구성원들의 특징이 묻혀 버립니다. 소꿉장난하는 아이들을 생각해 보세요. 그들에게는 돌멩이도 자동차가 되고 가구가 되기도 하며 밥도 됩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 보면 “양과 목자”의 비유를 통하여 획일화로 나아가는 유대인들에게 참 부모인 하느님의 마음을 가르치십니다. 율법과 형식으로 감추어지고 숨겨진 하느님의 자비와 진정성을 드러내십니다.
멋진 외모와 명품을 지니고 사회적인 성공에 관점을 지니고 살아갈 때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며 떳떳하게 살아가신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것이 사제의 길이며 신앙인의 삶이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피카소의 “황소머리”입니다. 소재는 쓰레기장에 버려진 자전거의 안장입니다. 사람들이 쓰레기장에서 이 사물을 보았다면 아마도 십중팔구 자전거의 잔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피카소는 그런 선입견을 버렸습니다. ‘자전거’, ‘안장’과 같은 타성화된 언어로 사물을 이해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물의 형상만을 주시한 결과, 거기에서 황소 머리의 형상을 찾아낸 것입니다.
'성소 주일'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평균연령이 70대인 시골 본당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까?”, “그냥 다음 임지를 상상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무엇이 젊음과 늙음의 기준인가?”
결국은 타성화된 언어와 습관을 버리고 주변에서 멋진 생명을 가꾸어가는 것이 시골 본당 사제로 살아가는 기쁨이고 멋이라 결론을 내립니다.
오늘은 본당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발사믹 소스를 곁들인 셀러드에 포도주 한 잔을 기울이면서 멋진 봄의 축제를 지내렵니다. “착한 목자와 양”이라는 주제로 말입니다.
사벌퇴강 본당 박재식 토마스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