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기쁘게 하늘로 올라갑시다!
주님 승천 하면 머릿속에 스치는 시가 하나 있습니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입니다.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이 이렇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우리가 주님 말씀 안에서 그 말씀대로 살다가 이 세상을 하직하는 날 ‘삶이 참 아름다웠다.’고 고백할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움도 욕심도 버리고 맑고 소박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복음에 보면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마태 18,16)고 합니다. 그런데 왜 제자들은 갈릴래아로 간 것입니까? 아마도 예수님이 제일 먼저 복음을 전한 곳이 바로 갈릴래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시 갈릴래아는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었고 교통의 요지였습니다. 거기다가 갈릴래아 호수로 인해 물이 풍부해서 사람들 또한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우리로 보면 부산항과 같은 무역도시였습니다. 가파르나움에는 무역을 위한 세관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예루살렘이 있는 남쪽 유다지방과는 달리 갈릴래아 지방에는 이민족들이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갈릴래아를 “이민족들의 갈릴래아”(마태 4,15)라고 까지 했던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갈릴래아로 가라고 했고 당신 자신도 그리로 갔다는 것은 바로 이민족들의 복음 선포를 의도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갔던 산은 어떤 산이었을까요? 사실 갈릴래아 주변의 산은 산이 아니라 동네 뒷산쯤 되는 낮은 언덕 같은 곳입니다. 그 산들 중 어느 산일 겁니다. 성경에서 산이라고 말할 때 산은 그냥 산이 아니라 계시가 내리는 상징적 장소입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이 내려오시는 곳,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활현시를 직접 목격하고 자기 눈으로 직접 봤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의심 했던가 봅니다. 그래서 복음서 저자도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 했으나 “더러는 의심하였다.”(마태 28,18)고 전하고 있습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왜 의심했는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 믿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해 봤고 또 그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해봤던 제자였을 겁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진실일까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시야는 겨우 140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고기 보다 못합니다. 물고기는 한쪽 눈이 180도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인간의 시야라는 것이 얼마나 한정적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잘 못보고 섣불리 생각하고 판단하고 말을 해서 부부간에, 이웃 간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는지 또 미움이 얼마나 많이 생기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우리가 보는 것이 다가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눈 너머에 있는 것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의 눈이 있어야 합니다.
누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할 때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보이지 않는 눈 너머에 있는 남의 생각을 볼 줄 알아야 하고 그런 눈을 지녀야 합니다. 그것이 신앙의 눈이고 사랑의 눈이고 생명의 눈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전부라고 믿는 것은 비신앙의 눈이요, 저주의 눈이며 죽음의 눈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비록 의심하는 제자가 있었지만 예수님은 사랑으로 감싸 주시면서 승천하시기 전에 의심을 버리고 믿으라 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8-20)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약속을 하십니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하겠다.”(마태 18,20)
교회 공동체를 위해 늘 함께 계시겠다는 말씀입니다. 그 옛날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하시며 그들을 돌보셨듯이 이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의 새 백성인 우리들과 늘 함께 하시며 우리를 돌보시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예수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며 안심하고 구원을 향한 머나먼 나그네 길을 떠 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나그네 길에 예수님이 늘 함께 한다는 것을 기뻐하면서 잘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비록 나그네살이에서 오는 어려움과 고통과 슬픔이 있더라도 잘 참아 받으며 예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미련 없이 기쁘게 나그네 길을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이 끝나는 날, 이 세상 소풍 잘 마친 날 우리 모두 예수님 뒤를 따라 기쁘게 하늘로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청송 본당 김시영 베드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