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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사목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통합 생태적 교회를 향하여 -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시작

1.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2020년 특별 사목 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교서는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하는 통합 생태론의 정신에 따라 온전히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을 출범하자는 교황님의 요청에 대한 한국교회의 응답입니다. 그리고 한국 주교단은 이 교서에서 “‘기후 변화에 관하여 차등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인식’(「찬미받으소서」, 52항)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생태적 회개를 실천하며 복음을 선포할 것을 다짐”하고 2021년 5월, 그 여정을 시작하였습니다.

2. 한국 주교단은 사스, 메르스, 에볼라에서 코로나19로 이어진 감염증 확산 사태가 현대 물질문명이 큰 전환기에 와 있음을 반증하는 것임에 주목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를 단순히 의학적, 경제적 시각으로 보기보다는 현대문명 전체의 구조와 균형 안에서 통합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기후 위기와 어머니 지구의 울부짖음은 교회가 수행해야 할 복음화 사명과 사목 활동의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임에 뜻을 같이하며, 각 교구는 지속적으로 생태적 회개에 대한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그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실천에 나서기로 하였습니다.

통합적 위기

3. 오늘날의 기후 위기는 단지 지구 자연 생태계만의 위기가 아닙니다. 기후 위기는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더욱 근본적인 위기를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 하나의 현상입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님은 지난 2012년 신앙의 해를 개막하시면서 우리가 날마다 목격하는 비극적인 사건을 통하여 ‘영성의 사막화’, 곧 ‘하느님 없는 삶이나 세상의 공허함’이라는 영성적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신 바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특별히 최근의 감염증 대유행과 기후 변화에 따른 불가항력적 재난들을 통해 이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위기와 재난에 따른 두려움 또는 영적 공허함은 우리를 하느님께 더욱 온전히 의탁하게 하고 신앙인의 소명에 더욱 충실하도록 이끌어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를 불필요하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치부해버리는’(「찬미받으소서」, 62항) 더 큰 위기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기후 위기는 단지 자연환경의 위기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정신적, 영성적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자연환경의 위기와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위기, 그리고 영성적 위기는 서로 다른 별개의 두 위기가 아닙니다. 이 위기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모든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는 통합적 위기입니다. 그리고 이 위기들의 바탕에는 사람이든 자연이든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을 “그저 우리의 소유물로 여겨 우리 자신만을 위하여 사용”(「찬미받으소서」, 6항)하려는 유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곧 “오늘날의 위기는, 그것이 경제적 위기든 식량 위기든, 환경적 또는 사회적 위기든, 궁극적으로는 도덕적 위기이며, 그 모든 위기는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도덕적 위기, 통합적 위기 앞에서 교회는 “‘인간에 대한 전문가’로서 창조주와 인간 그리고 창조 질서의 관계에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노력” 하고, 교회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위기의 원인 - “피조물에게 저지른 죄”, “궁극적으로 동일한 악”

5.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자연환경과 사회 환경의 훼손은 모두 궁극적으로 동일한 악 때문에 발생하였습니다. 이 악은 … 바로 인간의 자유는 무한하다는 생각입니다.”(「찬미받으소서」, 6항)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편 교황님은 교황이 되기 이전에 이미 “쾌락주의적이고 소비중심적이며 자기도취적인 문화가 그리스도교에 침투”했음을 지적하시며 “이런 문화가 우리를 물들여, 어떤 식으로든 종교적인 삶을 경시하고 이교도적으로 행동하며 세속적으로 변해가도록 하여 종교가 약화된다.” 고 말씀하기도 하셨습니다.

6. 우리는 교황님의 이 두 말씀에서 아주 중요한 연결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연환경과 사회 환경의 훼손 그리고 종교 약화의 원인에는 하나의 같은 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뿌리를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 카인과 아벨, 노아와 바벨탑 이야기 등에서 잘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곧 인간이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거슬러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왜곡하고 자유를 남용한 것이 바로 그 공통의 뿌리입니다. 이 공통의 뿌리가 교회에는 “영성의 사막화”라는 영적 위기를, 인류에게는 불평등과 소외라는 공동체적 위기를, 지구에는 “지구의 사막화”로 대표되는 생태적 위기를 가져온 악(惡), 궁극적으로 동일한 악인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전 지구적인 위기를 도덕적이고 통합적인 위기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7. 이러한 위기들 속에서 교회가 살아가야 할 소명은 생태적 회개를 통해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따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삶이 “생태적 악”을 이겨내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8.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라는 이 표현은 우리 안동교구의 「사명 선언문」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우리는 이 터에서 …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이 표현에는 생명의 원천이신 우리 하느님께 그 뿌리를 둔 인간 생명과 자연 생명, 곧 모든 생명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살겠다는 우리 교구민들의 사명 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교구는 일찍이 「교구 사명 선언문」에서 선언한 것처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교회가 되고자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사명을 충실히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생태적 회개를 통한 공동의 집 돌보기와 교회의 생태적 삶을 위해 같은 정신으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적극 동참해 나아갈 것입니다.

9.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와 사람들의 생태적 회개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겠습니다. “생태적 악”, “궁극적으로 동일한 악”에 대항하여 절제와 절약을 현대적 금욕생활의 수칙으로 삼겠습니다. 농민, 사회적 취약 계층, 이주 노동자 등 급격한 기후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보살피겠습니다. 생명 농업이 곧 하느님 창조 사업이라는 소명 의식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애쓰고 있는 교구 가톨릭농민회와 함께, 앞으로도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며 모두를 살리는 생명공동체 운동을 지속하겠습니다. 개인의 식생활 개선과 친환경 제품 사용, 기업들의 친환경 경영을 위해 착한 소비, 친환경 소비를 장려해 나가겠습니다. 백두대간과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들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습니다. 교구에 생태환경 사목을 실행하는 조직과 활동을 더 확대하고 활성화해 창조 질서 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2021년부터 시작한 피조물 보호와 생태적 회심을 위한 미사를 앞으로도 지속하고, 또 전례와 성사와 기도 안에서 하느님 창조 질서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겠습니다. 가정과 본당, 교구, 그리고 지역 사회 공동체가 이 모든 여정에 함께 하시도록 초대하고 협력하겠습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구는 데 함께 매진하겠습니다.

“통합 생태적 교회를 향하여”

10.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생태적 영성은 교회의 외적인 활동만이 아니라 교회를 내적으로 쇄신하여 맡겨진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게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우리가 교회 안에서 모든 형제자매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 걸어갈 때 교회는 더욱 건강해집니다. ‘교회는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모든 지체가 함께 아파하고,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하는’(1코린 12,26 참조) 살아있는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성령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된 신자들로 구성된 그리스도의 신비체” 이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이렇게 내적으로 더욱 튼튼해진다면 세상을 위한 소명을 살아가는 데에도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통합 생태적 교회는 이 신비체의 모든 지체, 곧 하느님의 모든 백성이 생태적 회개를 통해 내적인 친교와 일치를 이루고, 나아가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이 땅에 하느님의 구원을 전하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통합 생태적 교회”로 거듭날 필요가 있습니다. “통합 생태적인 교회를 향하여” 모두가 함께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11. 통합 생태적 교회를 향하여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와 개인 안에 구조적이고 습관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세속적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대한 성찰과 회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생태적 회개가 어머니이신 교회를 위협하는 생태적 악을 이겨내는 치유와 쇄신의 영성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이 세상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언제나 정화되어야 하는 끊임없는 참회와 쇄신” 의 주체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며, 보살피지 못하고, 함께 걸어가지 못하는 모습이 있다면 과감히 회개하고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곧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태적 회개’가 단지 ‘환경보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의 모든 사목 분야에서 사랑의 복음을 실천하는 적극적인 신앙 행위로 승화”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회가 “통합 생태적 교회”로서 실제로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며 실천할 때 교회는 그 자체로 세상의 변화를 일깨우는 복음화 사명의 실천적인 표징이 될 것입니다.

12. 세상이 당면한 여러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의 나아갈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인류 자신이 변화되어야 합니다.”(「찬미받으소서」, 202항) 누구보다도 먼저 교회와 우리 신앙인 각자가 이에 대한 명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변화되어야 합니다. “인류가 이 책임에 합당하게 사는 것에 실패할 때는 언제나, 우리가 피조물들과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돌보지 않을 때는 언제나 그 길이 파괴로 열리게 되고 마음은 완고해 집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교회와 인류가 직면한 이 위기들로부터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존하고 공동의 집을 지켜내기 위해 함께 책임지고, 함께 걸어가도록 불림을 받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통합 생태적 교회를 향하여” 나아가도록 초대받은 것입니다.

13. 통합 생태적 교회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우리 교회의 수많은 자산으로부터 뛰어난 영감과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별히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자신의 길잡이요 영감으로 삼으신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우리 신앙의 핵심인 성체성사, 그리고 2021년부터 시작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로부터 우리의 주제와 관련된 중요한 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통합 생태론을 기쁘고 참되게 실천한 가장 훌륭한 모범”(「찬미받으소서」, 10항)이십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성찬례도 역사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사고방식에 참다운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찬례는 늘 세상의 제대에서 거행되고’ , ‘하늘과 땅을 이어 주기 때문입니다.’(「찬미받으소서」, 236항 참조) 또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하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와 우리 교구 시노드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통합 생태적 교회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시노드의 목적인 “함께 걸어가기”가 바로 하느님 백성 공동체를 구성하는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14. “우리는 이 터에서 …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우리 교구의 이 「사명 선언문」의 정신대로 우리 교구민 모두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충실히 살아, 우리가 이미 이 세상에서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의 복을 함께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하느님 백성인 우리 모두가 믿음의 기쁨, 구원의 기쁨을 함께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비로 생태적 회개를 통해 이 세상에서부터 통합 생태적인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는 믿음의 기쁨, 구원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팬데믹과 기후 위기, 그리고 세속주의라는 풍랑 속에서 세상과 교회가 체험한 위기와 공허함으로부터 ‘믿는다는 것의 기쁨’을 새롭게 발견하고 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기쁨에 대한 이러한 체험이야말로 기쁨은 세상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구원으로부터 오는 것임을 보여 주며 우리 교회를 “기쁨 넘치는” 교회로 거듭나게 할 것입니다.

15.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공동의 집인 지구, 하지만 ‘우리의 무책임한 이용과 남용 그리고 폭력으로 말미암아 황폐해지고 울부짖고 있는 우리 어머니인 지구’(「찬미받으소서」, 2항 참조)를 지키기 위한 7년 여정에 기도와 실천으로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교회 공동체를 더욱 살아 있는 공동체로 만드는 데에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피조물의 보호자, 자연에 새겨진 하느님 계획의 보호자, 서로의 보호자, 환경의 보호자가 됩시다.” 그리고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우리가 피조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우리의 삶 속에서 그리스도를 보호합시다.”

주님,
주님의 힘과 빛으로 저희를 붙잡아 주시어
저희가 모든 생명을 보호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마련하여
정의와 평화와 사랑과 아름다움의 하느님 나라가 오게 하소서.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아멘.

2021. 11. 28. 대림 제1주일

권혁주 요한크리소스토모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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